책 덕질

Book Review: 류시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료니 :) 2025. 3. 13. 05:27

안녕하세요~ 여러분 :)

오늘은 오랜만에 책 리뷰로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컨디션도 좋지 않고, 뭔가 정신이 없기도 해서 책을 읽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다행히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뭔가 운명처럼 끌렸던 시집 한 권이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목       차 

 

인사말

 

운명적인 책과의 만남

감상평 

나를 사로잡은 3편의 시

1. 살아있다는 것

2.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3. 그렇다 해도 

 

마무리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류시화 시인의 시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인데요, 서점에서 책을 펼쳐 딱 3편의 시를 읽어보고는 망설임 없이 시집을 구매했어요 :)

 

솔직히 시를 읽다가 눈물이 새어나올 것만 같아서 혹시나 남들이 볼까 후다닥 계산을 마친 것도 있었답니다ㅎㅎ

 

 

 

류시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앞면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읽다가 눈물이 고인 날이었어요. 

실은 전 꽤나 감성이 풍부한 편이라 누군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사람이었는데요,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에 찌들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 치이고, 믿었던 사람에 상처입고 하다 보니 어느새 감성의 우물이 바싹 말라 있더라구요.. 

 

어떤 글을 봐도, 어떤 영화를 봐도,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좀처럼 가슴이 울렁이는 순간이 별로 없었는데, 류시화 시인의 시 3편을 읽고나니 이상하게 가슴이 울럭거리는 것이 눈물이 차오르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 메마른 세상을 살다 보니, 그를 닮아 나도 메말라 가나보다' 생각했는데..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감성에 목이 말랐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감성의 우물이 가득 차올라 넉넉하게 목을 축일 수 있었답니다 :)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시집에 대한 저의 감상평을 적어보도록 할게요!

(여기서부터는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인 점 참고 부탁드려요~)

 

 

 

 

류시화 시인의 시는 처음 한 번 읽었을 때는 '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집중해서 한번 더 읽어보니 '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어? 뭐지?'는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하는 의문에서 오는 물음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시에서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듯 말듯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평소에 많이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 같은 말들이 잘 나오지도 않는데 희한하게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것만 같았으나, 막상 해안가에 다다른 것은 발끝도 채 닿지 못한 미미한 파도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한번 더 읽어보니, 정말 신기하게 '어! 뭐지!' 하는 깨달음의 느낌표가 붙어났다.

순간 또 잔잔한 파도인 줄 알고 방심하던 차에 거대한 파도에 맥없이 휩쓸려 버린 나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일독(一讀)은 재독(再讀)에서 거대한 파도를 끌고 오기 위한 도움닫기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읽는 방법을 깨치고 나니 다음, 그다음 시들이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시에도 이와 같은 깨달음을 줄까? 나도 욕조에서 뛰쳐나오며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희열을 맛볼 수 있을까? 

 

감사하게도 나는 문학을 읽으며, 부력의 원리를 깨우친 물리학자의 희열을 엿보았고 소름이 돋았다. 시인이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절로 눈이 커졌다. 마치 시집 표지에 그려진 눈을 통해 그의 세계를 엿보고 그의 뇌 속을 유영하는 것만 같았다. 

 

 

시집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고,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느끼고, 이렇게까지 공감한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몇 년 전에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집을 읽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 

 

때문에 나는 그의 시를 더 곱씹어 읽고 싶어 졌고,

찾아낸 방법은 일독은 눈으로, 재독은 입으로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건조한 날씨와 좋지 않은 컨디션 탓에 10편의 시를 내리 낭독하며 읽어나가니 어느새 목이 쉬어 약간의 쇳소리가 나고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멈추지 못 한 나는 몇 편의 시를 더 낭독하며 읽고 나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삽시간에 나를 사로잡은 그 시들은 불면증에 시달려 나날이 별을 세는 밤이 깊어진 나를 위한 위로였고, 친구였다. 

 

 

 

류시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뒷면

 

 

 

 

 

그 많은 시들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은 3편의 시를 소개하자면, 

 

1. 살아있다는 것

2.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3. 그렇다 해도 

 

이 3편의 시를 꼽고 싶다. 

 

 

 

 

<살아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절절한 나날인지 그리고 얼마나 절실한 소원인지를 말해주는 시이다. 

삶이 버거워 아주 가끔 모든 것은 다 내려놓고 먼지가 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면 나는 이 시집을 꺼내어 <살아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읽을 것이다. 삶은 모두에게 절실하기에 그만큼 살아내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인지하고, 다시 삶을 살아낼 절실함을 찾기 위해 나는 시를 읽을 것이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는 제목만으로 이미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내 발길을 붙들었다. 

이 시를 읽고 난 후 나는 류시화 시인이 시집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은 혼자가 아니다, 생은 함께다'이고, 이것을 온전히 담고 있는 시가 바로 이 시이기 때문에 시집의 제목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있어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감히 내가 이 시를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당신을 알기 전에는 난 시 없이도, 당신 없이도 잘만 살았는데, 당신을 알고 난 후로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당신에 대한 나의 절절한 마음은 시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져 버려 나는 시를 내려놓고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일 것 같다. 

 

여기서 당신은 연인일 수도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혹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그 무엇 혹은 그 누구일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 당신을 알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살아졌으나, 당신을 알고 난 후에는 그럭저럭이 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절절하게 살아내고 있을 뿐..

 

 

 

 

<그렇다 해도>는 낭독하는 내내 별이 총총한 까만 밤하늘과 같은 시인의 뇌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 인생을 살아냄에 있어 나를 가장 갉아먹는 감정 중의 대표가 시기, 질투 그리고 열등감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최대한 이런 감정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으나, 나란 인간은 너무도 유약하여 감정에 쉽게 휘둘리곤 한다. 또한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그런 감정들을 읽어낼 때가 있다. '아! 저 이가 나를 밀어내고 있구나. 아! 저 이가 또 다른 이를 깎아내리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 감정을 우연찮게 읽어내는 날이면 씁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인데, 우리는 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짓밟으려 애쓰며 사는 것인지 답도 없는 원론적인 물음들에 속상한 마음만 깊어갈 때가 있다. 

 

 

다만, 앞으로 그런 날이면 이 시를 읽어보려 한다.

나를 견제하는 이에게 혹은 내가 견제하는 이에게 들려주는 마음으로 이 <그렇다 해도> 시를 읽고 또 읽어내려 한다.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습니다
당신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언젠가 인생이 온통 잿빛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혹은 이 넓은 우주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은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면 서점으로 걸어가 류시화 시인[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를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보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는 어떤 신명 나는 덕질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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